[12월의 기도]

신이시여!
무릎 꿇고 두손 모아 간절히 갈구하나니
광장의 촛불이 어둠 밝히는 들불되어
구차하고 비루한 것들은 모두 불사르소서!

신이시여!
갈라지고 갈라진 아픔으로 신음하는 상처와
총뿌리 겨누며 철조망 가시에 긁힌 아침을
고운 두 손으로 보둠어주소서!

신이시여!
가진 자는 나누게 하시고 빈궁한 자는 일어서게 하시며
절망의 외투는 걷어가시고 기억의 올가미는 풀어주시며
살아 있는 이유를 내가 아닌 나에게 찾게 하소서!

신이시여!
미운 마음은 미운 만큼만 미워하게 하시고
분노에 젖지 말고 일상에 쫓기지 말며
거짓과 탐욕은 낮게 가라앉혀 주시고
푸르디 푸른 새날 맞잡고 열어가게 하소서!